‘무지 티셔츠의 교과서’, ‘가성비의 왕’.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붙는 트리플에이(AAA)의 1301 모델은,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거나, 옷장에 한두 벌쯤은 가지고 있을 법한 스테디셀러입니다. 18수의 탄탄한 원단, 넉넉한 미국핏, 그리고 몇 장을 사도 부담 없는 합리적인 가격까지. 하지만 이 ‘국민 무지티’를 100% 만족하며 입기 위해서는, 구매 전 반드시 알아야 할 몇 가지 중요한 특징들이 있습니다. 단순히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다른 사람의 추천만 믿고 섣불리 구매했다가는 사이즈 미스, 예상과 다른 핏, 그리고 세탁 후의 변형으로 인해 실망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트리플에이 1301 구매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5가지 핵심 포인트를 짚어드립니다.
‘미국 핏’의 함정, 사이즈 선택의 모든 것
트리플에이 1301 구매 실패의 80%는 바로 ‘사이즈’ 문제입니다. 1301은 미국 브랜드 ‘Alstyle’의 제품으로, 국내 브랜드와는 완전히 다른 사이즈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내 사이즈보다 한두 사이즈 크게 나오는 ‘미국 핏’
가장 중요한 점은, 1301은 국내 사이즈보다 최소 한 사이즈, 체감상으로는 두 사이즈까지도 크게 나온다는 것입니다. 평소 국내 브랜드 XL 사이즈를 입는다고 해서 똑같이 XL를 주문하면, 거의 원피스에 가까운 거대한 티셔츠를 받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 정핏을 원한다면: 평소 입는 사이즈에서 두 사이즈 다운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예: 평소 XL → M 사이즈 선택)
- 루즈핏/오버핏을 원한다면: 평소 사이즈에서 한 사이즈 다운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예: 평소 XL → L 사이즈 선택)
사이즈표 확인보다 정확한 ‘실측 비교’ 방법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온라인 쇼핑몰의 사이즈표를 맹신하기보다 내가 가진 옷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핏의 반팔 티셔츠를 꺼내어 직접 실측 사이즈를 재보는 것입니다. 줄자를 이용해 가슴 단면, 어깨너비, 총기장을 측정한 후, 그 수치를 1301의 사이즈표와 비교하여 가장 근접한 사이즈를 선택하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18수 원단의 양면성, ‘탄탄함’과 ‘투박함’ 사이
트리플에이 1301의 정체성은 바로 ‘18수 코튼 100%’ 원단에서 나옵니다. ‘수’는 실의 굵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숫자가 낮을수록 실이 굵고 원단이 두껍습니다.
장점: 비침 없는 탄탄함과 뛰어난 내구성
18수 원단은 20수나 30수 원단에 비해 훨씬 두껍고 탄탄합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장점을 가집니다.
- 비침 없음: 특히 화이트 색상의 경우, 저렴한 티셔츠에서 흔히 발생하는 속옷 비침이나 유두 비침 현상이 거의 없어 단품으로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습니다.
- 뛰어난 내구성: 원단이 두꺼운 만큼 내구성이 뛰어나, 여러 번의 세탁에도 쉽게 해지거나 변형되지 않습니다. 짱짱한 넥라인은 1301의 가장 큰 자랑거리 중 하나입니다.
- 체형 보정 효과: 흐물거리지 않고 각이 잡히는 원단 덕분에, 상체 라인을 어느 정도 보정해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단점: 한여름의 답답함과 투박한 질감
하지만 이 두께감은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 한여름의 더위: 통기성이 아주 뛰어난 편은 아니므로, 덥고 습한 한여름에는 다소 덥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 투박한 질감: 부드럽고 차르르하게 떨어지는 고급스러운 면 티셔츠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다소 거칠고 투박한, 전형적인 ‘미국식 작업복’ 느낌의 질감입니다.
세탁 후 ‘수축’, 피할 수 없는 면 100%의 숙명
트리플에이 1301은 방축 가공(수축을 방지하는 가공)이 되어 있지 않은 ‘생지(Raw Fabric)’ 상태의 면 100% 원단으로 만들어집니다. 이는 첫 세탁 후 반드시 수축이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총기장 중심의 수축 현상
일반적으로 세탁 및 건조 후, 총기장은 24cm, 품은 12cm 정도 줄어드는 경향을 보입니다. 특히, 기계 건조기(건조기)의 고온 건조는 이러한 수축을 극대화시키는 주된 원인이므로, 가급적 사용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구매한 티셔츠의 총기장이 약간 길게 느껴진다면, 첫 세탁 시 건조기를 의도적으로 사용하여 기장을 줄이는 ‘소킹(Soaking)’의 개념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색상별 미묘한 ‘사이즈’와 ‘질감’의 차이
놀랍게도, 트리플에이 1301은 색상별로 사이즈와 질감, 심지어 수축률에도 미세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이는 염색 공정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현상입니다.
일반 컬러 vs 헤더(Heather) 컬러
- 일반 컬러 (화이트, 블랙 등): 100% 면으로 제작되어, 앞서 설명한 특징들을 그대로 가집니다.
- 헤더 컬러 (애쉬, 차콜 헤더 등): 회색 계열의 ‘헤더’ 컬러들은 보통 면과 폴리에스터가 9:1 또는 8:2 비율로 혼방되어 있습니다. 폴리에스터가 섞여있기 때문에, 100% 면 제품에 비해 수축이 덜하고, 질감이 조금 더 부드러우며, 사이즈가 미세하게 더 작게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동일한 사이즈를 구매하더라도 블랙과 애쉬 컬러의 핏감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정품’과 ‘가품’, 어디서 어떻게 사야 할까?
워낙 인기가 높은 제품이다 보니, 정품 여부와 구매처에 대한 궁금증도 많습니다.
AAA(트리플에이)와 Alstyle의 관계
트리플에이는 원래 멕시코에 기반을 둔 ‘Alstyle Apparel & Activewear(AAA)’라는 브랜드의 제품입니다. 현재는 Gildan이라는 글로벌 기업에 인수되었습니다. 국내에서는 다양한 병행수입 업체들을 통해 유통되고 있으며, ‘정품’과 ‘가품’을 나누는 명확한 기준은 모호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한다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구매처별 특징과 가격 비교
| 구매처 | 특징 | 장점 | 단점 |
| 대형 온라인 쇼핑몰 (무신사, 쿠팡 등) | 가장 대중적인 구매처. 2팩, 3팩 등 묶음 판매가 많음. | 쿠폰 및 카드 할인 적용 시 가장 저렴하게 구매 가능. 배송이 빠름. | 묶음 판매 위주라 낱장 구매가 어려울 수 있음. |
| 무지 티셔츠 전문 쇼핑몰 | 다양한 색상과 사이즈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음. | 낱장 구매가 용이하고, 다양한 색상을 한 번에 구매하기 좋음. | 대형 쇼핑몰보다 가격이 약간 비쌀 수 있음. |
| 오프라인 편집샵 | 직접 입어보고 구매할 수 있음. | 사이즈 실패의 위험이 없음. | 온라인보다 가격이 비싸고, 재고가 한정적임. |
결론적으로, 트리플에이 1301은 ‘가성비’라는 단어 하나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매력적인 기본 아이템입니다. 하지만 그 매력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미국 핏’의 사이즈 체계를 이해하고, ‘18수 원단’의 장단점을 파악하며, ‘세탁 후 수축’이라는 피할 수 없는 과정까지 고려하는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이 5가지 체크리스트를 바탕으로 당신에게 가장 완벽한 사이즈와 색상을 선택한다면, 트리플에이 1301은 한 철 입고 버리는 티셔츠가 아닌, 매년 여름을 함께하는 가장 든든하고 멋스러운 파트너가 되어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