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가, 혹은 길을 걷던 행인이 갑자기 눈앞에서 쓰러진다면 어떨까요? 심장이 철렁 내려앉고 머릿속이 하얘지며 당황하게 될 겁니다. 일분일초가 시급한 응급상황에서 당신의 손길 하나가 한 사람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많은 분이 심폐소생술(CPR)은 알고 있지만, 심장충격기세동기, 즉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은 주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료기기인데 내가 사용해도 될까?’, ‘혹시 더 위험해지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죠. 하지만 이 두려움이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드는 가장 큰 적입니다.
심정지 환자 생존율을 높이는 핵심 3가지
- 쓰러진 환자를 발견하면 지체 없이 119에 신고하고, 주변에 자동심장충격기(AED)를 가져다 달라고 구체적으로 요청해야 합니다.
- 119 구급대원이 도착하기 전까지 즉시 심폐소생술(가슴 압박)을 시작하여 뇌 손상을 막고 생존의 불씨를 살려야 합니다.
- 자동심장충격기(AED)가 도착하면 두려워 말고 전원을 켠 후, 기기의 음성 안내에 따라 침착하게 행동하는 것이 생존율을 극적으로 높입니다.
생명을 구하는 4분의 기적, 골든타임
심정지가 발생했을 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4분입니다. 이 시간을 ‘골든타임’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CPR)과 같은 응급처치가 시작되면 생존율을 80%까지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장이 멈추면 뇌로 가는 혈액 공급이 중단되는데, 4분이 지나면 뇌 손상이 시작되고 생존율은 급격히 떨어집니다. CPR은 멈춘 심장을 대신해 뇌와 심장에 산소가 포함된 혈액을 공급해 주는 아주 중요한 응급처치입니다. 심정지 환자를 목격한 사람이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 생존 확률이 3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심정지 환자를 발견했다면 가장 먼저 환자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괜찮으세요?”라고 물어 의식을 확인해야 합니다. 반응이 없다면 즉시 주변 사람에게 119 신고를 부탁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찾아달라고 명확하게 요청해야 합니다. 그 후 환자의 호흡을 10초 이내로 확인하고, 호흡이 없거나 비정상적이라면 지체 없이 가슴 압박을 시작합니다.
자동심장충격기(AED), 두려워 말고 전원을 켜세요
자동심장충격기 또는 자동제세동기(AED)는 심정지 환자의 심장 상태를 자동으로 분석하여, 심실세동과 같은 치명적인 부정맥이 감지되면 전기 충격을 주어 심장 기능을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의료기기입니다. 이름은 전문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일반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기기의 전원을 켜면 친절한 음성 안내와 그림으로 모든 과정을 안내해 주기 때문에 누구나 지시에 따라 행동할 수 있습니다.
AED 사용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전원 켜기: AED가 도착하면 심폐소생술을 멈추지 않는 선에서 즉시 기기의 전원 버튼을 누릅니다. 일부 모델은 덮개를 열면 자동으로 전원이 켜지기도 합니다.
- 패드 부착: 환자의 상의를 벗기고, 패드에 그려진 그림을 참고하여 정확한 위치에 부착합니다. 패드 하나는 오른쪽 쇄골 아래에, 다른 하나는 왼쪽 젖꼭지 아래 중간겨드랑이선에 부착합니다.
- 심장리듬 분석: 패드를 부착하면 “분석 중…”이라는 음성 안내가 나옵니다. 이때는 심폐소생술을 멈추고 환자에게서 모두 손을 떼야 합니다.
- 제세동(전기 충격) 시행: 분석 결과 전기 충격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제세동이 필요합니다”라는 안내와 함께 기기가 자동으로 에너지를 충전합니다. 충전이 완료되면 깜빡이는 제세동 버튼을 누르기 전, 주변 사람들에게 “모두 물러나세요!”라고 외쳐 안전을 확보한 후 버튼을 누릅니다.
- 즉시 CPR 다시 시작: 전기 충격 후에는 지체 없이 다시 가슴 압박을 시작해야 합니다. AED는 2분마다 자동으로 심장리듬을 다시 분석하므로, 119 구급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음성 안내에 따라 심폐소생술과 제세동을 반복합니다.
심폐소생술과 심장충격기세동기의 환상적인 조합
심폐소생술만 시행했을 때보다 자동심장충격기를 함께 사용하면 환자의 생존율을 훨씬 더 높일 수 있습니다. 심폐소생술이 뇌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여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한다면, 심장충격기세동기는 직접적인 원인인 심실세동을 제거하여 심장이 다시 정상적으로 뛸 수 있게 만드는 결정적인 치료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이 둘의 조합은 ‘생존 사슬’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 생존 사슬 (Chain of Survival) | 설명 |
|---|---|
| 신속한 심정지 인지 및 신고 | 환자 발견 즉시 의식과 호흡을 확인하고 119에 신고합니다. |
| 신속한 심폐소생술 |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목격자가 즉시 가슴 압박을 시행합니다. |
| 신속한 제세동 |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사용하여 빠르게 전기 충격을 시행합니다. |
| 효과적인 전문소생술 | 119 구급대원 등 전문가에 의한 전문적인 응급처치입니다. |
| 심정지 후 통합 치료 | 병원 도착 후 저체온 치료 등 전문적인 치료를 받습니다. |
우리 주변의 AED, 어디에 있을까?
자동심장충격기는 법률에 따라 공공장소, 아파트, 학교 등 다중이용시설에 의무적으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지하철역, 주민센터, 공항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보통 눈에 잘 띄는 곳에 보관함과 함께 안내 표지판이 부착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당황해서 찾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응급의료포털 E-Gen 홈페이지나 ‘응급의료정보제공’ 앱을 통해 내 주변 AED 위치를 쉽게 검색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 내 주변 AED 위치를 미리 확인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소아에게도 사용이 가능할까요?
네, 가능합니다. 다만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8세 미만의 소아에게는 성인용 패드보다 크기가 작은 소아용 패드와 소아용 모드(또는 감쇠기)를 사용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만약 소아용 패드가 없는 위급한 상황이라면 성인용 패드를 사용하되, 두 패드가 서로 닿지 않도록 하나는 가슴 중앙에, 다른 하나는 등 중앙에 부착해야 합니다. 영아(1세 미만)의 경우에도 심정지가 의심되면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작해야 하며, AED 사용이 가능합니다. 절차는 성인과 동일하게 음성 안내에 따르면 됩니다.
혹시 모를 법적 책임, 걱정하지 마세요
응급상황에서 환자를 돕다가 혹시 잘못될 경우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까 봐 걱정되어 응급처치를 망설이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선한 사마리아인법’으로 불리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있어 선의의 응급처치 제공자를 보호합니다. 고의나 중대한 과실 없이 응급환자를 돕다가 발생한 재산상의 손해나 사상에 대해서는 민사 및 형사 책임을 감면받거나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생명을 구하려는 선한 의지가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으니, 용기를 내어 행동하는 것이 중요합니다.